연일 이어지는 극한폭염 속에서 도시를 걷다 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줄 가로수가 예전보다 듬성듬성해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폭염이 반복될수록 도시는 더 많은 도시숲을 필요로 하지만, 도로 확장·공사, 병해충, 예산과 관리의 문제 등으로 가로수·공원수는 오히려 줄거나 쇠약해지는 곳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극한폭염 반복되는데, ‘도시숲’ 가로수는 매년 줄어든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왜 도시숲이 폭염 대응의 핵심 솔루션인지, 무엇이 가로수를 감소시키는지, 그리고 시민·지자체·기업이 함께 실천할 구체적 해법을 A to Z로 정리합니다.

극한폭염 시대, 왜 ‘도시숲’이 답인가
도시숲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도시의 생명 유지 장치입니다. 잎과 토양의 증발산은 주변 공기를 식히고, 수관이 만드는 그늘은 보행자의 체감온도를 낮춥니다. 나무 뿌리는 강우를 머금어 침수와 열섬을 동시에 완화하고, 미세먼지 포집·소음 차단·야생생물 서식처 제공 등 다양한 공익가치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보행·상권·관광의 질을 끌어올리죠.
- 열섬 완화: 도로·벽체의 복사열을 차단하고 표면 온도 상승을 억제
- 건강 보호: 직사광선 노출 감소로 열탈진·열사병 위험 저감
- 경제 효과: 그늘과 냉각 효과로 냉방 수요를 줄여 에너지 비용 절감
- 빗물 관리: 토양 침투·저류로 폭우 시 배수 부담 완화
- 삶의 질: 보행편의·심리적 안정·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참고: 효과의 정확한 수치와 범위는 수종·수관밀도·토양·도시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가로수’는 매년 줄어들까?
여러 도시에서 가로수가 베어지거나 이식된 뒤 재식재가 지연되는 사례가 보고됩니다(지역별 사정은 상이). 원인을 유형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도로 공사·지중화·시설물 설치
차로 확장, 전선 지중화, 보도 정비, 버스정류장·자전거도로 설치 등으로 기존 가로수가 이식·벌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획·설계 단계에서 “나무 우선” 원칙이 미흡하면 손실이 커집니다.
2) 뿌리 공간·토양 품질 부족
보도 하부가 매설물로 가득하거나 토양이 압밀·빈영양 상태면, 나무는 조기 쇠약·전도 위험이 큽니다. 수관은 커지는데 뿌리는 갇혀 있는 ‘화분형 가로수’가 되는 셈이죠.
3) 예산·관리 인력의 한계
정규 전정·병해충 방제, 말목·수목보호판 교체, 관수·비료 등 유지관리 비용이 부족하면 고사율이 높아집니다. ‘심는 것’보다 ‘살리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4) 병해충·극한기상 스트레스
장기 가뭄·폭우·극한폭염은 수목의 생장과 면역력을 떨어뜨립니다. 특정 수종 편중 식재는 리스크를 키웁니다.
5) 안전·민원 이슈
낙과·낙엽·뿌리 융기로 인한 보행 불편, 간판 가림, 알레르기, 조망권 문제 등이 삭구·제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관리 기준의 투명성과 소통이 핵심입니다.
숫자로 보는 ‘도시 그늘’의 가치 (개념 정리)
정확한 수치는 지역·수종·설계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반적 경향을 개념적으로 설명합니다.
- 그늘 효과: 수관 아래 보행자의 체감 열 스트레스는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 표면 냉각: 수관 아래 포장면은 직사광선 지역 대비 낮은 온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 에너지: 건물 외벽·유리의 일사 차단으로 실내 냉방 부하가 줄어드는 사례가 보고됩니다.
- 빗물: 투수·저류 설계가 병행될 경우, 강우 시 일시적 배수 피크를 낮추는 데 기여합니다.
핵심은 “나무 + 토양 + 물 + 그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정책·디자인 A to Z: ‘심는 것’보다 ‘살리는 것’
① 계획 단계: 그린 인프라를 기반시설로
- 나무 우선 설계: 차선·보행로·자전거도로·매설물 배치 시 수목 생육공간을 최우선 확보
- 그늘 네트워크: 학교·병원·정류장·노약자 밀집 구간 중심으로 연속 그늘길 계획
- 열 위험지도: 위성·현장 센서로 열 핫스팟 파악 → 식재·쿨 포장·그늘막 병행
② 수종 선택: 다양성과 회복탄력
- 다양화: 단일 수종 의존을 피하고 병해충·기후내성 높은 수종을 조합
- 목표 수관: 장기적으로 넓은 그늘을 만드는 종을 전략적 배치, 가로 폭·전선 높이 고려
- 토착성: 지역 생태계와의 조화, 꽃가루·낙과 민원 고려
③ 토양·뿌리 공간 설계
- 연속 토양 볼륨: 보도 하부에 구조토·연결 토양 도입으로 뿌리 확장 공간 확보
- 빗물 연계: 빗물정원·침투도랑으로 관수 비용 절감 및 수분 공급
- 보호대·통기: 루트바리어·통기 파이프·방지턱 등으로 뿌리·토양 보호
④ 시공·초기 활착
- 적기 식재·규격 준수: 수고·근원경·토양구덩이 깊이 기준 엄수
- 활착 2년 집중관리: 관수·말목·멀칭·잡초 제거로 초기 스트레스 최소화
- 전정 원칙: 구조·안전 전정 중심, 과도한 ‘미용 전정’ 지양
⑤ 유지관리·데이터 기반
- 센서·드론·열화상: 수분 스트레스·수관 건강 모니터링 후 정밀 관수
- 공개 대시보드: 고사·이식·재식재 현황, 예산·일정 투명 공개
- 생애주기 비용: ‘식재비’가 아니라 ‘평생관리비’를 기준으로 예산 산정

시민이 당장 할 수 있는 7가지
- 나무지키미 참여: 우리 동네 가로수 한 그루를 정해 관수·청결·민원 제보
- 현장 제안: 횡단보도·정류장 주변 그늘 보강 요청(가림막·소형 쉼터·분수 등)
- 데이터 제보: 고사수·뿌리 융기·전정 필요 구간을 사진과 위치로 기록
- 상권 협력: 점포 차양·그늘막·화분을 보행 흐름 해치지 않도록 공동 관리
- 학교·직장 캠페인: 통학로·출퇴근로 그늘길 지도 만들기
- 여름 물주기: 지자체 지침에 맞춰 조기 활착 가로수 관수 봉사 참여
- 정책 참여: 공청회·예산참여제 통해 도시숲 확대에 표와 목소리 보태기
해외에서 배우는 ‘그늘 전략’ (개념 소개)
- 유럽 대도시: 폭염 위험지도를 바탕으로 쿨링 코리도·쿨 아일랜드(그늘 쉼터) 네트워크 구축
- 싱가포르: ‘City in a Garden’ 비전 하에 연속 캐노피·수종 다양화·물순환 연계
- 호주 도시: 장기 Urban Forest Strategy로 캐노피(수관) 비율 목표를 설정하고, 블록 단위 재식재
- 스페인: 보행 중심 ‘슈퍼블록’으로 차량 속도를 줄이고 그늘·쉼터 확대
각 도시는 기후·예산·문화가 달라, 동일한 해법의 단순 이식보다 현지화 설계가 중요합니다.
국내 적용 로드맵 (로드맵 예시)
단기 (0~6개월)
- 가로수 인벤토리: 수종·규격·건강도·뿌리공간·관리 이력 DB화
- 열 위험지도: 보행자 동선과 중첩하여 우선 그늘 보강 구간 선정
- 신속 보수: 고사·공백 구간 임시 그늘(그늘막·식재 박스)로 즉시 대응
중기 (1~3년)
- 연속 토양·빗물 연계: 보도 하부 구조토·빗물정원·빗물 재이용 도입
- 수종 리밸런싱: 단일 수종 편중 구간에 다양성 보강
- 관리 표준화: 전정·관수·방제 프로토콜·성능지표(KPI) 확립
장기 (3~10년)
- 캐노피 목표: 생활권별 수관 면적 비율 목표 설정 및 모니터링
- 민관 거버넌스: 시민·기업 참여형 그늘 파트너십 확대(분양·후원·채택)
- 스마트 관리: IoT 토양수분 센서·드론 진단·AI 전정 계획으로 효율 극대화
FAQ: 자주 묻는 질문
Q1. 가로수가 줄어드는 현상은 어디서나 동일한가요?
A. 아닙니다. 지역·사업·관리 여건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이 글의 내용은 일반적 경향과 해법을 설명한 것으로, 구체적 수치·사례는 지자체 자료를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Q2. 어떤 수종이 폭염에 강한가요?
A. 단일 해답은 없습니다. 토양·수분·가로 폭·전선 높이 등 맥락에 맞춰 다양성을 갖춘 혼합 식재가 바람직합니다.
Q3. 예산이 부족하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A. 우선순위를 세워 열 위험·보행 취약 구간부터 그늘을 보강하세요. 연속 토양·빗물 연계는 장기 비용을 낮추는 투자입니다.
결론: ‘나무를 더 심는 것’보다 ‘그늘을 이어 붙이는 것’
극한폭염이 일상이 된 시대, 해답은 분명합니다. 도시 곳곳에 촘촘한 도시숲을 만들고, 가로수의 삶을 길게 하는 것입니다. 숫자만 늘리는 식재가 아니라, 토양-물-그늘-관리가 연결된 그린 인프라로 전환해야 합니다. 오늘, 내 동네 가로수 한 그루를 살피고, 우리 시·군·구의 ‘그늘 로드맵’에 참여해 주세요. 작은 실천이 도시의 체온을 낮춥니다.